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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간경향] [문화프리뷰]‘보이지 않았던’ 우리 땅의 속살
작성일자 2020-07-07
☞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19

[문화프리뷰]‘보이지 않았던’ 우리 땅의 속살
제10회 일우사진상 수상자 박형렬의 사진들은 땅을 마주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충동, 즉 땅을 파고 흙을 쌓아올리는 등의 행위를 출발점으로 삼아 도시화의 기억에서 밀려나 낯설고 희미한 존재가 되어가는 땅, 나아가 자연과의 관계성에 대해 말한다. 그의 개인전 는 일우스페이스에서 8월 20일까지 진행 중이다.







Figure Project_Earth#74, Pigment print, 180x144cm, 2017 / 일우스페이스 제공
추상적으로 보일지 모르는 ‘피겨 프로젝트’ 시리즈를 중심으로 소개되고 있는 전시지만 사실 이 시리즈는 매우 솔직한 작품이기도 하다. ‘두꺼비집 짓기’와 같이 어린 시절 땅에서 해왔던 놀이들을 떠올린다면 그의 작업들은 이해가 어려운 추상적 아이디어의 나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작가가 땅과 마주하며 얻게 된 ‘충만한 조형적 순간’에 대한 개인적 기억이나 그에 대한 고백록이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작가가 땅을 헤집고 흙을 돋워 만든 삼각형, 원이나 사각형들은 일견 기하학적 추상성 이외의 그 어떤 해석도 거부하는 듯 보이나, 작가의 카메라 앵글을 통해 기록된 후 다시 해체·복원되는 과정을 통해 그 존재의 당위성을 땅과 인간의 관계에 오롯이 위탁한다.
다만 작업을 할 ‘땅’을 선택하는 박형렬의 접근방식이 그가 땅과 맺는 관계성을 남들보다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미술잡지 <아트인컬처>의 2017년 3월호 인터뷰에 따르면, 오히려 그가 작업 장소로 선택한 많은 땅이 이후 도시화가 되었으며, 그는 언젠가 선과 면으로 둘러싸여 건물이 되고 도시가 될 땅에서 예술행위를 하고 다시 예술작업 이전 상태로 돌리는 행위가 바로 땅을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린 시절 흙장난을 했던 모든 이들은 그 행위적 측면에서 성인이 되어 우리가 이 땅에 가하고 있는 그 모든 변화에 대해 이미 애도를 표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가 땅의 속살이라고도 표현하며 드러내고자 한 ‘보이지 않았던 땅(Unseen Land)’의 풍경은 어쩌면 어른이 되어가며 잊어야만 했던 동심의 풍경, 그 애틋한 추억의 그림자에 가까운 것일지 모른다.









Figure Project_Earth#76, 180x144cm, pigment Print, 2019/ 일우스페이스 제공


재밌는 것은 작품 상당수가 제작에 사용된 땅의 면적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작품은 마치 페루의 거대한 나스카 지상화와 같은 느낌을 주고, 어떤 작품은 거실에 걸 만한 회화 작품의 크기와 비슷해 보인다. 작가도 이러한 축척의 교란이 의도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는 마치 어린 시절 작은 한 뼘 땅에서도 그 땅이 주던 온갖 경험에 즐거워하던 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는 점점 더 자신이 서 있는 땅의 풍경보다는 땅의 규모에만 집중하게 되는 현실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혹자는 어째서 땅의 조형미로써 드러낸 ‘땅의 속살’이 굳이 추상미술의 전형적인 모습을 따라야만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추상적 조형미 자체가 지배하고 있는 마천루의 풍경을 떠올려보면, 결국 인간이 이룩한 모든 것이 자연 앞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을 답으로 대신해보고자 한다.

< 정필주 독립기획자>

☞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1907191525011&pt=nv#csidx3565f9e3571b8bea8aa5e257fadd7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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