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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때부터 화가였던 나… 그리기 위해 택배 배달합니다
‘모자展’ 여는 서양화가 이현영
어려운 현실에 3년전 택배 시작
94세 모친 작품까지 150점 전시
최연진 기자
입력 2021.04.27 04:11 | 수정 2021.04.27 04:11
“어머니가 하루라도 더 건강하실 때 함께 모자전(母子展)을 열 수 있게 돼 기쁘네요. 그림을 감상하는 분들이 어머니의 따듯한 마음을 느끼고, 가족의 소중함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면 좋겠습니다.”
낮에는 택배 기사로, 밤에는 점묘화 화가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서양화가 이현영(52) 작가는 26일 본지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내 그림을 전시해보는 꿈을 이루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달 4일부터 서울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전시회 ‘우리 생애의 첫 봄’ 전(展)은 이씨와 그의 노모(老母) 김두엽(94)씨의 작품 150점을 전시하는 ‘특별한 미술전’이다. 이씨가 택배 일을 하는 한진에서 이번 모자전을 지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나는 화가였다.” 이씨는 어릴 적부터 화가로서 성공을 꿈꿨다. 추계예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개인전·기획전에 참여한 중견 작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2018년 말부터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기 위해' 택배 운송을 하고 있다. 어머니 김씨는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 여든세 살이던 2010년 어느 날, 심심풀이로 그린 사과 하나를 보고 막내아들인 이씨가 “잘 그리셨다”며 칭찬하자 계속해 그림을 그리게 됐다.
어머니가 화가가 되면서 모자전도 12차례 열 수 있었다. 이번엔 이씨가 일하는 한진에서 “택배 기사님들의 꿈을 응원하고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며 전시회를 지원해줬다. 이씨는 “직장과의 인연이 이렇게 전시회로 이어져 참 신기하다”고 했다.
이번 모자전은 두 사람이 함께하는 13번째 전시회이자 이씨가 지난해 결혼한 뒤 처음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제목 ‘우리 생애의 첫 봄’은 단란한 가정을 이룬 이씨의 봄, 택배 일로 바쁘기만 했던 막내아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 김씨의 봄을 모두 담고 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며 맞게 된 봄은 마치 생전 처음으로 맞는 봄인 듯 아름다웠다.” 전시될 작품 150점에 고스란히 그 감상을 담았다. “작은 점들이 모여 꽃이 되고 하나의 풍경이 되듯이, 작은 힘과 노력이 모여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씨는 “전시회를 찾는 모든 사람이 힘과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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