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생각해보면 사람의 얼굴만큼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도 없다. 여기에 작가 윤지선(39)은 재봉질을 더했다. 사실 말이 더했다지 작가는 자신의 얼굴을 찍은 사진을 인정사정없이 공업용 재봉틀로 박아버렸다.
그렇게 나온 작품은 처음 볼 때는 다소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들지만 계속 보다 보면 묘하게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관람객 자신의 얼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이 제정한 일우사진상의 수상자인 윤지선의 출판 부문 수상 기념전이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윤지선은 2007년부터 자신의 얼굴 사진에 천을 덧대고 그 위에 재봉 작업을 시작했다. 눈만 남겨놓고 전부 재봉질로 사진을 가리거나 처녀 귀신처럼 머리에 긴 실을 연결하기도 한다.
8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사진과 실을 가지고 회화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전에는 한의원에서 쓰는 침으로 사진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 재봉틀로 뚫었는데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마침 예전에 시위하려고 자신의 눈과 귀, 코, 입을 실제로 꿰맨 한 이란 운동가의 사진을 신문에서 본 기억이 났어요. '주둥이를 박아버려!'라는 말도 있잖아요? (웃음) 그런 게 재미있어서 이 작업을 하게 됐죠."
하지만 초반에는 뜻밖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작품을 전시하면 아이들이 무섭다며 울어 버리고 '어떻게 얼굴을 재봉틀로 박느냐'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한 갤러리는 "손님이 싫어한다"며 예정됐던 전시를 취소하기도 했다.









윤지선_Rag Face#53_2013_ sewing on photo _154x169cm
60대 중반인 작가의 모친은 딸이 비록 사진이지만 자꾸 얼굴에 재봉틀로 박는 게 싫었던지 "차라리 내 얼굴을 박아라"고 했다.
그래도 윤지선은 하루 10∼20시간씩 꾸준히 재봉틀을 돌렸다. 작품을 하나 완성하는데 한 달 가량이 걸린다. 전시장 윈도에 걸린 작품은 무려 55일 동안 재봉질에 매달려 완성했다.
"'얼굴에 먹칠하면 안 된다'는 말처럼 우리나라에 얼굴을 신성시하는 문화가 있다는 걸 작업을 하면서 깨달았죠. 하지만 사람의 얼굴 이미지가 담긴 전단이 매일 수 없이 버려지고, 다들 교과서 등에 나온 사람 사진에 낙서도 하잖아요? 그러면서 이렇게 얼굴에 손을 대는 게 금기시되는 게 더 생경하게 느껴졌어요."
작업을 계속하면서 사진 속 표정도 한층 풍부해졌고, 서로 다른 실로 표현된 앞면과 뒷면을 선보이기도 한다.
일우재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신수진 연세대 교수는 "재봉질이라는 위협적인 행위로 기존의 질서에 대한 질문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폭력적인 과정이 오히려 자아성찰로 느껴진다"고 평했다.
세계적인 아트북 전문 출판사인 독일 핫체칸츠에서 작품집이 나왔다.
전시는 7월 2일까지. ☎ 02-753-6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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