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창틀에 고이 벗어 놓은 신발 한 켤레,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콘센트, 머리를 '파르라니 깎은' 누군가의 옆모습….
사진작가 정경자(40)는 집 안에서, 거리에서, 혹은 자연에서 만나는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카메라를 들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는 곳에서 만난 풍경을 섬세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정사각형의 사진 한 장에 압축적으로 표현해낸다.









Language of Time_09, Digital Pigment Print, 2013, 100x100cm.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이 제정한 제5회 일우사진상의 전시 부문 수상자인 정경자의 수상 기념 개인전 '우연의 뿌리'(The Roots of Coincidence)가 오는 30일부터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중앙대 사진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유학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영국 유학시절인 2010년부터 작업한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현실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한 감각을 사물로 얘기하는 '스토리 위드인 어 스토리'(Story within a Story), 삶과 죽음의 경험에 대한 고백을 담은 '스피킹 오브 나우'(Speaking of Now), 폐허의 사물을 통해 생성·성장·소멸을 반복하는 순환의 고리를 담은 '랭귀지 오브 타임'(Language of Time) 시리즈 등이 전시된다.
전시 개막에 앞서 29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수없이 돌아다니며 우연히 만나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고민했다"며 "(작품은) 소소한 삶에서 느끼는 존재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In Between Something and Nothing_16, digital pigment print, 100x100cm, 2010.
"일상을 비집고 튀어나온 이 순간의 기록들은 그대로 그때의 시간과 그것을 보았던 나의 존재를 방부하면서 현재의 이곳으로 데려온다." (여경환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공사 중인 건물의 가림막, 나뭇잎 사이를 통과하는 전깃줄, 파란 물 위에 떠 있는 파란 공, 문을 여닫은 흔적이 남은 카펫 등의 사진에서 대상과 멀리 떨어져 바라보는 듯하지만 "마음을 충분히 나눈" 듯한 작가의 깊이 있는 시선이 느껴진다.
"늘 기억과 실제는 달랐다", "언제부터였을까?" 등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발췌한 내레이션 문구와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의 조합으로 이뤄진 슬라이드 영상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일우재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신수진 연세대 교수는 "정경자의 사진은 정직하다"며 "그녀는 두 발로 걷고 세상 만물을 찬찬히 바라보고 렌즈를 통해 다시금 들여다본 것들을 단정한 사각틀에 담는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12월 24일까지.
☎ 02-753-6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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