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돈대에서 바라본 중첩된 시간, 소외된 공간
송고시간 | 2016/02/25 15:02
이상엽 사진전 '변경의 역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석모도가 보이는 강화도 서쪽 해안의 망월돈대에는 독특한 풍경이 있다.
구릉에 돌을 쌓아 만든 방어시설인 돈대 아래에 해병대 초소가 있고, 초소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는 서양 건축양식을 본뜬 식당이 서 있다.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시간이 켜켜이 쌓이고, 다양한 목적으로 공간을 점유하려는 욕망이 뒤엉켜 탄생한 장면이다.
강화도에서 이렇게 독특한 모습을 연출하는 '돈대'를 소재로 1년간 사진을 촬영한 이상엽(49)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변경의 역사'가 서울 중구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이 돈대는 연미정이라는 양반집 마당에 세워졌다. 국가가 징발한 것이다. 그 돈대 여장 너머로 근무하는 초병과 조강, 그리고 황해도가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겹의 경계가 존재한다. 월곶돈대 강화도 2015 <<일우스페이스 제공>>
제6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특별한 작가' 다큐멘터리 부문에 선정된 이상엽은 강화도를 '변경'으로 규정했다.
작가는 "강화도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도읍인 개성, 한성과 멀지 않지만 가장 먼저 외세의 침입을 받게 되는 지역"이라며 "조선시대의 병사, 해병대의 초병으로서 강화도를 바라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화도 돈대에는 수백 년 전과 수십 년 전, 현재의 분단 상황이 섞여 있다"면서 "주변부로 밀려난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을 발굴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강화도의 돈대는 조선시대 중기에 집중적으로 조성됐는데, 1871년 미국 군함이 습격한 신미양요를 거치면서 대부분 군사적 기능을 상실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 이상엽의 신작 34점에는 무력화된 돈대의 역사,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는 돈대 주변의 초소, 돈대를 배경으로 무상하게 흘러가는 시간 등이 사실적으로 기록됐다.
별도로 마련된 작은 전시장에서는 미국 해군이 신미양요 때 찍은 강화도 사진 3점과 이상엽의 작업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볼 수 있다.
전시는 3월 30일까지. ☎ 02-753-6502.

강화도 최남단. 멀리 인천 송도가 보인다. 이 돈대에 서면 사방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한강으로 진입하는 모든 사물들을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전에도 지금도 요충지다. 아래서 보면 중세의 요새가 지닌 미학적인 설계마저 읽는다. 분오리돈대 강화도 2015 <<일우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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